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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불안의 시대, 낙관의 건축가

글
김정은 편집장

「SPACE(공간)」​ 2026년 10월호 (통권 7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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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시대, 낙관의 건축가

 

기술에 대한 낙관적 전망과 두려움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요즘, 「SPACE(공간)」 10월호는 긍정적인 에너지로 유토피아를 꿈꾸는 BIG의 최근 작업을 FRAME에서 다룬다. 2006년 비야케 잉겔스가 설립한 BIG는 20여 년이 흐른 현재 750여 명 규모의 국제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 8월 말 온라인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비야케는 BIG가 PLOT(Bjarke Ingels Group + JDS Architects)란 이름으로 활동하던 시절, 자신들의 작업을 세상에 처음 소개한 잡지 중 하나가 바로 「SPACE」였다며 특별한 인연을 전해왔다(「SPACE」 481호 참고).

당시 「SPACE」는 ‘Danish Edge’란 특집을 통해 세계 무대에 등장하기 시작한 덴마크의 젊은 건축가들을 조명했다. BIG를 비롯해 도르테 만드룹 아르키텍테르, 룬고르 & 트란베르 아키텍츠, aart a/s 등이 그 주역이었다. 이 특집에서 비평가 메레테 안펠트 몰레룹은 9.11 테러 이후 기묘한 반동으로 메트로폴리스로 성장한 코펜하겐의 변화를 짚어낸다. 새로운 건축주와 국내외 건축가들이 등장하며 보수적인 덴마크 건축계에 균열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비야케 잉겔스와 쥘리앵 드 스메트는 로테르담의 OMA에서 함께 활동하며 익힌 ‘실용주의, 노골적인 디테일, 밝은 색상’ 같은 네덜란드 건축 경향을 덴마크에 들여오며 초기에는 반발을 사기도 했으나, VM 하우스 등을 통해 주택단지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엎으며 혁신을 증명했다.

 

그로부터 20년이 흐른 지금, 당시 ‘덴마크의 새로운 물결’로 묶였던 이들이 보여주는 스펙트럼은 더욱 넓고 뚜렷해졌다. 도르테 만드룹 아르키텍테르나 룬고르 & 트란베르 아키텍츠가 기후위기와 물성, 디테일의 깊이에 천착해왔다면, BIG의 건축은 픽셀, 위상학, 패턴의 반복을 통해 시각적이고 기념비적인 형태로 대중에게 먼저 다가간다. 그런 면에서 비야케가 지난 2025년 「도무스」의 객원 편집자를 맡아 ‘물질주의(materialism)’를 주제로 열 권의 잡지를 내놓은 행보는 자못 흥미롭다. 아이콘을 만드는 데 치중한다는 해묵은 비판을 의식한 듯, 그는 자칫 ‘공허한 소비주의’로 오인될 수 있는 이 단어를 전면에 내세워 재료의 물성 자체와 그 실질적인 활용 방식을 탐구했다.

그가 제시한 여정은 ‘단단한 바위에서 시작해 전자의 흐름으로 끝을 맺는, 물질세계의 오디세이’다. 이 거대한 탐색을 통해 그가 마침내 귀환하고자 한 이타카는 어디일까. 비야케는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이 결국 가용한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상기시키며, 이 여정이 ‘재료의 혁신’과 ‘지속가능성의 최전선’에서 새로운 건축적 대안을 제시하려는 시도였다고 말한다. 기후위기와 AI 시대의 불안 속에서도, 건축이 여전히 세상에 유용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거침없는 낙관론인 셈이다.

 

물론 이러한 주제로 현재 BIG 건축의 특징을 온전히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번 FRAME에서 소개하는 BIG 본사(2023)는 재료와 건축에 대한 BIG의 생각이 잘 드러난 작업이다. 코펜하겐 항구와 바다가 교차하는 접점에 위치한 이 건물 전체를 지지하는 단 하나의 거대한 기둥은 화강암부터 대리석까지 일곱 가지 천연석으로 이뤄졌다. 스스로 건축주가 되었기에 감행할 수 있었던 이러한 재료 실험은, 건물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물성의 변화를 학습하는 하나의 거대한 교재로 기능하게 만든다. 여기에 장스팬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도출된 바둑판 무늬 파사드는 구조와 건축, 조경을 하나로 엮어내는 BIG 특유의 장기를 잘 보여준다. 

이번 FRAME에서는 BIG 본사 외에도 쑤저우 현대미술관(2025), 구글 베이 뷰(2022), 슬라위스하위스 레지던스(2022), 뮤제 아틀리에 오데마 피게(2020) 등 최근 수년간 완공된 이들의 작업 중 건축적 유형을 대변할 수 있는 프로젝트들을 선정했다. 대중 친화적인 스토리텔링 방식을 구사하는 BIG의 작업은 웹사이트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미 폭넓게 알려져 있다. 그렇기에 이번 FRAME은 표면적인 이미지 너머를 보기 위해, 비야케를 비롯해 각 프로젝트를 책임졌던 파트너들을 인터뷰하는 데 집중했다. 다행히 구체적이고 인상적인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독자들은 이 생생한 인터뷰를 통해, 한없이 매끄럽고 낙관적인 다이어그램 저변에 숨겨진, 불안한 시대를 돌파하려는 이들의 치열한 건축적 고민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편집장 김정은





「SPACE(공간)」 2026년 10월호 (통권 707호) 목차


008  EDITORIAL

010  NEWS


024  FRAME

조금씩 더, 유토피아를 향해: BIG


026  FRAME: INTERVIEW

사랑이 가득한 챔피언_ 비야케 잉겔스 × 김보경


034  FRAME: PROJECT

쑤저우 현대미술관


040  FRAME: PROJECT

BIG 본사


050  FRAME: PROJECT

구글 베이 뷰


058  FRAME: PROJECT

슬라위스하위스 레지던스


066  FRAME: PROJECT

뮤제 아틀리에 오데마 피게


072  FRAME: CRITIQUE

픽셀과 위상학으로 만든 신자유주의 시대 긍정성의 유토피아_ 장용순


078  PROJECT

제주 쏘카터미널 ‐ 경계없는작업실


088  FOCUS

레이어 청담 ‐ 어반에이전시


092  FOCUS

휘경동 343 다세대주택 ‐ 스튜디오인로코


096  REPORT

건축적 실험에서 도시적 실천으로: 박경과 스토어프론트_ 신은진, 임동우


110  RELAY INTERVIEW: I AM AN ARCHITECT

알맞게 짓고 살아가는: 조정선, 최성순_ 조정선, 최성순 × 이소운


116  SPACE ACADEMIA

말하는 숫자, 반복되는 형태: 제도적 버내큘러로서의 49층_ 원정연, 김수아



 

 

월간 「SPACE(공간)」 707호(2026년 10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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