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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주년 기념호] THEME 1. 서구 건축을 어떻게 수용하고 확장했는가?

글
방유경 기자

「SPACE(공간)」 2026년 11월호 (통권 708호) 

 

 

 

 

THEME 1. 공간과 구성

서구 건축을 어떻게 수용하고 확장했는가? 

 

 

주어진 조건과 과제 앞에서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하는 태도와 실천의 문제는 건축가에게 가장 핵심적인 질문일 것이다. 한국 현대건축 60년을 톺아보는 주제로 ‘공간과 구성’이 가장 먼저 배치된 이유다. 한국전쟁 이후 국가와 시대의 요청에 부응해야 했던 1960년대부터, 근대화와 민주주의, 자본주의가 빠르게 확산되며 급격한 변화를 겪은 지난 60년 동안, 한국의 건축가들은 스스로 학습했던 서구 건축과 현실 사이에서 공진했다. 그리고 여기에는 전통과 한국성이라는 문제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서구 건축을 어떻게 수용하고 확장했는가’ 하는 질문에는 이러한 맥락과 함의가 깔려 있다. 해당 질문 아래 선정된 12개 프로젝트는 서구 건축의 흐름을 조형을 통해 시각적으로 재해석하는 관점부터 공간론, 방법론 등 추상적 개념으로 확장해나간 시대적 궤적을 드러내고자 했다. 더불어 「SPACE(공간)」의 지면을 무대로 삼아,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건축가들의 치열한 고민과 성찰이 담긴 토론과 글을 발췌해 소개했다. 이러한 변화의 양상을 들여다보는 보론으로 최원준(숭실대학교 교수)의 글을 수록했다. 그는 한국 현대건축에서 기념비성의 문제가 “도상적 상징에 기반한 의미 전달에서 공간적 경험을 통한 가치의 성찰로 확장되어온” 맥락과 상황을 짚는다.

 

 

 P001 주한 프랑스대사관

 Q001 모더니즘 건축은 한국적 조형으로 어떻게 해석되는가?

 P002 서산부인과 의원

 Q002 모더니즘 건축은 유기적 공간으로 어떻게 드러나는가?

 P003 절두산 순교기념관

 Q003 자생적 모더니즘은 어떻게 발현되는가?

 P004 공간사옥

 Q004 한국적 공간론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P005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Q005 시대가 요구하는 국가적 기념비는 무엇인가?

 P006 환기미술관

 Q006 모더니즘의 언어는 시적 공간으로 어떻게 조직되는가?

 P007 수졸당

 Q007 한국적 삶은 현대 생활공간으로 어떻게 조직되는가?

 P008 김옥길기념관

 Q008 도시의 기념비는 어떻게 일상성을 획득하는가?

 P009 웰콤시티

 Q009 한국적 도시 건축은 어떻게 발현되는가?

 P010 의재미술관

 Q010 건축과 풍경은 어떻게 조응하는가?

 P011 원불교 원남교당

 Q011 현대 종교는 어떻게 사람과 연결되는가?

 P012 오괴헌

 Q012 자본주의 사회의 혼종적 건축은 어떻게 드러나는가?

 

 

 

 


 

P001 주한 프랑스대사관 (1962) 

김중업건축연구소(김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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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001 모더니즘 건축은 한국적 조형으로 어떻게 해석되는가?

‘서구적 조형 정신을 동양적 조형 전통 위에 올바르게 뿌리박게 하겠다’는 김중업의 의지가 드러난 초기작이다. 한국 전통 건축의 본질이 목구조 체계와 지붕 형상에 있다고 보고, 가구식 구조를 철근콘크리트조(돔이노 시스템)로 구현하고 지붕은 처마 곡선을 살려 조형적으로 결합했다. 경사지에 자리한 직원업무동, 대사집무동, 대사관저는 이동 경로에 따라 시간적, 공간적 체험이 극적으로 전개되도록 시각적 질서에 따라 배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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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002 서산부인과 의원(1967)

​김중업건축연구소(김중업) 

 

Q002 모더니즘 건축은 유기적 공간으로 어떻게 드러나는가?

광희문 맞은편에 위치한 좁은 삼각형 대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상징적 조형으로 계획됐다. 산부인과라는 특성에 맞춰 생명의 탄생과 역동성을 시각적, 공간적 메타포로 표현했다. 아기를 품은 어머니의 자궁과 웅크린 태아, 남녀의 생식기 형태가 평면에 그대로 투영되었고, 노출콘크리트의 가소성을 활용해 각진 모서리나 계단 없이 중앙 램프를 통해 내부 공간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도록 설계됐다. 김중업 특유의 ‘증식하는 원’ 모티브가 곡면 벽체와 원형 개구부, 옥외 원형 계단과 발코니 등에서 잘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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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003 절두산 순교기념관(복자순교성당)(1967)

이희태건축연구소(이희태)

 

Q003 자생적 모더니즘은 어떻게 발현되는가?

‘조국 근대화’라는 정치적 기치 아래 서구화와 전통문화가 충돌했던 1960년대,이희태는 서구 모더니즘 건축이 중시한 ‘공간’보다 ‘형태’에 집중해 자신의 건축 언어를 발전시켰다. 성곽이나 민가의 담장, 목조건축의 누각 형태와 기둥, 초가지붕, 갓의 곡선과 같은 향토적 요소를 도입해 한국 풍토와 정서에 밀착된 종교 공간을 완성했다. 박물관은 가구식 구조(노출된 보와 기둥)로, 성당은 아치식 구조(육중한 매스와 납작한 돔)로 구축 체계를 구분하면서도 발코니와 난간을 통해 두 건물을 조형적으로 통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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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004 공간사옥(1977)

김중업건축연구소(김중업)​


Q004 한국적 공간론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기능과 효율을 강조하던 서구 모더니즘의 균질 공간에 맞서 한국적 공간론을 정립한 대표작이다. 벽돌을 주재료로 사용해 한옥의 스케일과 마당, 대청마루의 유기적 연결 구조를 재해석하여, 미로처럼 얽힌 인간 중심(휴먼 스케일)의 공간을 수직적으로 적층했다. 층마다 폭과 층고가 다른 공간들을 스킵플로어, 나선 계단실을 통해 연결한 것이 특징이며 모태공간, 궁극공간, 네거티비즘과 같은 김수근의 공간론이 실현된 작업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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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005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1986)

​김태수(김태수 어소시에이츠)+김인석(일건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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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005 시대가 요구하는 국가적 기념비는 무엇인가?

1980년대 국가적 정체성과 문화적 자부심을 고취하기 위해 설계공모를 거쳐 건립된 대규모 공공 문화시설이다. 초가마을이나 부석사와 같이 경사를 따라 공간이 순차적으로 열리는 시퀀스, 성곽의 단단한 기단을 재해석한 넓은 석재 매스, 우뚝 솟은 봉수대 등 전통 건축의 유기적 배치와 조형적 모티브를 현대적으로 구현했다. 내부에서는 중앙홀의 나선 경사로를 따라 순차적으로 전시실로 이동할 수 있다. 천창, 중정, 통창을 통해 빛과 주변 풍경이 내부로 들어오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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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006 환기미술관(1992)

우규승 건축연구소(우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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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006 모더니즘의 언어는 시적 공간으로 어떻게 조직되는가?

부암동 언덕에 위치한 대지의 변형을 줄이고자 가파른 경사 지형을 여러 레벨로 나누고 전체 공간을 여럿으로 분동해 배치했다. 미술관은 “전시품, 공간, 빛, 자연 요소들을 엮는 ‘경험 동선의 조직’이라는 개념” 아래 환형 동선으로 계획됐다. 건물에서 드러나는 원, 정사각형 같은 절제된 기하학적 질서는 모더니즘 건축의 문법을 따르는 듯하지만 단계적 배치, 공간의 시퀀스, 한지 창을 통해 들어오는 은은한 빛과 같은 요소들이 한국적인 시적 공간감을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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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007 수졸당(1992)

​TSC 승효상건축연구소(승효상) 

 

Q007 한국적 삶은 현대 생활공간으로 어떻게 조직되는가?

승효상은 금호동 달동네를 답사하며 목격한 ‘가난하지만 서로 나누며 살던 공공의 삶’, 즉 소박함을 지향하는 그의 ‘빈자의 미학’을 주택에 적용했다. 방 면적을 작게 줄이고 사랑마당, 안마당, 뒷마당 등 다양한 외부 공간을 두어 담장 너머 길을 걷는 이웃과 시각적으로 소통하고, 집 안 어디서든 자연을 마주할 수 있도록 비웠다. 방과 마당이 끊임없이 소통하고 이웃과 관계를 맺는 한국적 생활 방식에 대한 현대적 재해석이라 할 수 있다. 도심 주거지 내 폐쇄적인 단독주택의 계보를 이어받으면서도, 도시 주택에 대한 유형적 성찰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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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008 김옥길기념관(1998)

아르키움(김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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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008 도시의 기념비는 어떻게 일상성을 획득하는가?

동네 골목의 열린 사랑방이 되길 바랐던 건축주의 의지를 반영해 ‘기념하지 않음으로써 기념한다’는 개념 아래 설계됐다. ㄷ자 형태의 노출콘크리트 기둥(벽체)들을 일정 간격으로 연속적으로 배열하고, 그 사이를 창틀 없이 유리 통창으로 마감해 투명하고 열린 공간을 형성했다. 치장이나 군더더기 없이 단순한 형태와 주변을 향해 시각적으로 열린 구조 덕분에 동네의 일상적 풍경과 동화되는 소통의 장이 되었다. 한옥 목수들이 참여해 노출콘크리트 시공의 완성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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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009 웰콤시티(2000)

​종합건축사사무소 이로재(승효상)+ 플로리안 베이겔(북런던대학교) 

 

Q009 한국적 도시 건축은 어떻게 발현되는가?

광고회사 사옥인 웰콤시티는 노출콘크리트 기단 위에 네 개의 독립된 붉은 매스가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다. 매스 사이의 수직적 틈은 서울의 옛 골목과 마당처럼 바람과 풍경이 통하는 길이자 주변 도시 조직과 호흡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사유재산이 도시 전체의 공공성과 경관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도시 건축의 시초로 여겨진다. 주요 마감재인 내후성강판은 공기 단축과 주문 조립 제작이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국내에서 외장재로는 처음 사용됐는데, 시간성을 드러내는 재료의 속성 또한 크게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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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010 의재미술관(2001)

​조성룡도시건축(조성룡)+ m.a.r.u(김종규)  

 

Q010 건축과 풍경은 어떻게 조응하는가?

무등산 등산로와 이어진 세장한 대지에 맞춰 시설을 낮고 길게 병렬로 배치하고, 내부와 외부를 번갈아 경험하는 순환 동선에 따라 공간을 조직했다. 투명한 유리를 입면에 적극적으로 활용해 내부 전시장과 외부의 삼나무 숲, 계곡이 시각적으로 연결되면서 “건축 자체가 풍경을 채집하고 편집하는 산책로”가 됐다. 건축을 오브제로 바라보았던 모더니즘의 관점에서 탈피해 건축이 풍경의 일부가 되는 랜드스케이프 개념과 연관지어 ‘풍경으로서의 건축’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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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011 원불교 원남교당(2022)

매스스터디스(조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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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011 현대 종교는 어떻게 사람과 연결되는가?

일상 속 열린 종교시설을 지향하며 ‘적극적인 도시적 연결’, ‘건축을 통한 적절한 단절’이라는 상반된 두 가지 목표 아래 설계됐다. 대지의 고저 차를 활용해 부지와 접한 일곱 개 골목길과 연결된 마당과 중정은 지역 주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계획됐다. 종교 공간이 모여 있는 남북 방향의 축은 주변의 복잡한 도시 상황으로부터 고요한 영적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수행에 적합한 정적 공간으로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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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012 오괴헌(2024)

​스튜디오 케이웍스+ 건축사사무소 커튼홀(김광수) 

 

Q012 자본주의 사회의 혼종적 건축은 어떻게 드러나는가?

음악인을 위한 단기 체류형 레지던시인 오괴헌은 전통 반가의 배치, 지방에서 흔히 보이는 양옥집의 처마와 담장 구성, 색채를 적극적으로 참조, 변용한 작업이다. 일례로 안마당과 바깥마당의 경계에 있는 중문, 페치카 옆 굴뚝은 조형적 오브제로서 ‘내부화된 마당, 외부화된 실내’와 같이 내외부 관계를 역전시키고 의도적 어긋남을 통해 안과 밖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건물에 사용된 강렬한 색채는 공간적 실재와 환상이 구분되지 않는 픽션 같은 상태를 의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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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SPACE(공간)」 708호(2026년 11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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