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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랑과 의자가 만드는 나의 공원: 오목공원 리노베이션

글
김정은 편집장
사진
유청오(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디자인 스튜디오 로사이, 모스건축사사무소

「SPACE(공간)」 2024년 11월호 (통권 684호) 

 

지난 8월 30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2024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 사업 분야에서 서울 양천구, 디자인 스튜디오 로사이(대표 박승진), 모스건축사사무소(대표 김희정)의 ‘오목공원 리노베이션’을 대통령상인 대상작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10월 1일, 박승진과 김희정, 온수진(서울시 정원도시국 조경협력팀장, 전 양천구 공원녹지과 과장)을 오목공원에서 만나 2021년 설계공모부터 현재까지의 과정을 공공 디자인 관점에서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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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공원은 어디입니까?’ 이 질문은 어딘가 모순처럼 들린다. 대표적인 공공재인 공원에 네것 내것이 있을까. 지난 10여 년 제도적으로는 우리 일상과 밀접한 공공 공간의 중요성이 꾸준히 강조되어왔다. 한편 사회적으로는 개인의 경험이 점차 중요시되고,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했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상황에서는 공원의 쓰임에 대한 여러 논의가 있었다. 도시에서 드물게 자연을 접할 수 있으며, 24시간 개방되고, 신원이나 목적에 따라 방문객을 가리지 않는 공원은 그 어떤 공공시설보다 접근성이 높다. 따라서 오늘날 나(개인)와 우리(공동체) 사이에서 공원이 열어젖히는 환대와 경험의 다양성은 우리 사회 공공성의 최전선이다. 리노베이션 후 지난해 12월 다시 문을 연 오목공원에 등장한 회랑과 1인용 의자는, 개인과 느슨한 공동체 사이 무수한 가능성의 상징으로 다가왔다. 

 

회랑 라운지와 중정​

 

숲 라운지 ​

 

신도시와 공원, 다시 변화 앞에서 

서울시 양천구 목동에 자리한 오목공원은 88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조성된 목동 신시가지를 관통하는 다섯 개 공원(목마공원, 파리공원, 오목공원, 양천공원, 신트리공원) 중 중심축에 위치한다. 방송국과 백화점을 비롯한 업무 및 상업 시설에 둘러싸여 지역주민들뿐만 아니라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 공원이기도 하다. 앞으로 목동단지가 재건축되면 인구가 지금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날 테고, 인근 국회대로의 공원화, 유수지 부지의 복합개발도 계획되어 있다. 1989년 개원한 오목공원은 도시 가로 구조에 따라 사방 150m 정방형 형태를 하고 있다. 논밭을 갈아 만든 신도시의 공원이 그렇듯 외곽으로 성토된 땅(마운딩) 위에 식재된 큰키나무들이 30년 동안 무성히 자라 숲을 이루고 있었다. 공원 중앙으로는 선큰 광장과 벽천이, 숲과 광장 사이사이에는 운동시설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러나 양천구의 다른 공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용률이 저조했던 오목공원은 예정된 도시의 변화, 그리고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회랑과 중정은 단차를 두어 걸터앉을 수 있도록 했다. 회랑의 공중 산책로는 팝업스토어와 같은 여러 활동을 수용할 수 있다

 

배치도

 

도시의 공공 라운지 

건축이든 공원이든 리노베이션의 시작은 무엇을 남길 것이며, 또 어떤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는가를 고민하는 일이다. 리노베이션 설계를 총괄했던 조경가 박승진이 보기에 오목공원에는 교목 사이 하층 식생이 전무하고, 그늘 아래 쉴 수 있는 벤치가 부족했다. 중앙의 광장은 푹 꺼져 있어서 사람들이 피하고, 보도는 불필요하게 넓었다. “공원에 사람들이 편안하게 머무르려면, 비도 피할 수 있고, 완벽한 그늘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다 보니, 넓은 보도의 절반 정도에 지붕을 씌워 회랑을 만들면 어떨까 싶었어요.” 그렇게 등장한 공원의 핵심 개념이 ‘어반 퍼블릭 라운지’다. 공원은 목적 없이 발걸음이 닿았다가 오롯이 혼자서 머물기도, 여럿이 함께 오기도 하니, 붙박이 벤치가 아니라 자유롭게 옮겨서 앉을 수 있는 1인용 의자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단다. 의자와 테이블은 세트다. 테이블 위에 도시락을 놓을 수도, 노트북을 얹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따로 또 같이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라운지라 부르는 것이다. 비를 맞지 않는 회랑 아래는 라탄 의자가, 회랑 바깥에는 철제 의자가 놓였다. “그저 그런 공원 벤치가 아니라 고급 라운지 체어에 기대 앉는 작은 호사를 공원에서 누릴 수 있”게 된 거다. 사실 공원의 이동식 의자의 원조는 파리의 뤽상부르 공원이다. 파리시가 페르몹(Fermob) 사에 특별히 주문해 가볍고 겹쳐 쌓을 수 있도록 제작한 의자로, 마약과 매춘으로 악명 높던 뉴욕의 브라이언트 공원도 이 페르몹 사의 초록색 알루미늄 의자를 배치하는 전략으로 리노베이션에 성공했다. 국내 공원에도 이동식 의자의 역사가 있다. 박승진은 조경설계 서안에 몸담으며 선유도공원을 설계할 때 티크로 만든 의자를 넣었는데, 사람들이 의자를 원하는 장소에 놓고 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한다. 이후 관리 문제로 결국 고정시켰지만. 그는 오목공원에서 의자가 잘 쓰이는 모습을 보니 시민과 함께 공원 문화를 성숙시켜온 공공 디자인 실험들이 이제 빛을 발하는 것 같단다.

 

​기존에 잘 쓰였던 농구장은 유지하면서 정비했다. 

 

공원 중앙의 회랑 

 

공원의 입체적 이용 

중정의 잔디마당은 기존에 비해 바닥을 높여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으며, 회랑 자리에서 옮겨 심은 몇 그루 나무를 제외하고는 비워져 있어, 캐치볼이나 공연, 플리마켓 등 다양한 활동을 수용하는 광장처럼 쓰이도록 했다. 외곽의 숲 영역은 하층 식생을 강화하고 바닥에서 살짝 띄워진 나무데크를 깔아 통로와 쉼터(숲속 라운지) 역할을 하도록 했다. 회랑은 공원을 관통하는 모든 동선을 연결하고 여러 활동의 중심 공간이 된다. 이렇게 네모난 공원 안에 중정과 외곽의 숲을 구분 짓는 회랑이 양파껍질처럼 켜를 이루는 구조가 완성된다. 정사각형의 회랑은, 한 변의 길이가 50m, 폭 8m, 높이 3.7m다. 회랑의 지붕은 순환 산책로로 쓰인다. 설계공모 당시에는 회랑 옥상에 작은 전망대만 둘 생각이었다. 그런데 온수진이 회랑 옥상을 산책로로 쓰자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당시 걷기 열풍을 인근 양천공원에서 확인하면서, 앞으로 사용자들이 늘어났을 때 좁은 공원의 산책로를 확장하는 효과를 내자는 것이다. 이러한 회랑의 입체적 사용은 숲을 조망하는 또 다른 시점을 제공하기도 한다. 현재, 회랑의 실내 공간에는 책을 읽는 공간과 가드닝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지상의 투명한 실내 공간들은 일종의 조립식으로 구조체와 분리되어 삽입되어 있다. 건축가 김희정은 시각적으로 또 실제적으로도 언제든 프로그램과 실내 공간을 유연하게 바꿀 수 있다고 설명한다. 회랑에는 가설 공간을 설치해 팝업 스토어나 마을장터 등 특별한 행사장으로 사용할 수 있다. 안쪽의 잔디마당과 연계하면 공연장의 객석이나 야외 전시 공간으로 변신한다. 김희정은, 실내 공간을 회랑 천장과 띄워서 시공한다거나 얇은 기둥의 비례를 만들기 위해 철골 기둥을 쓰고, 또 텅텅거리는 소리가 나는 걸 방지하기 위해 기둥 안에 콘크리트를 채우는 등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여러 노력들이 비용 문제와 직결되는데, 발주처에서 설계 의도를 충분히 이해해줬다고 양천구에 공을 돌렸다. 온수진은 설계자들이 공들이는 부분에 예산을 우선 배치하고, 부족한 부분은 기부를 받아 추가 재원을 마련했다. 리노베이션의 경우 기업 후원을 받기 어렵지만, 환경적 의미나 사회적 가치에 대해 열심히 설득한 결과 공원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전했다. 

 

회랑 곳곳에는 자유롭게 옮겨서 앉을 수 있는 1인용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 있다. ​

 

관리사무소와 목공방으로 쓰던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오목한미술관을 만들고, 키즈 카페를 신축했다. ©Kim Jaekyeong​​​

 

공동체의 기억을 이어가는 공원 

오목공원 설계공모 당시 박승진과 김희정이 제출한 마스터플랜에는 범례 100개가 달렸다. ‘CBS 아나운서 최종 면접에서 떨어진 후 공원 벤치에 앉아 SBS를 바라보는 20대 여성’, ‘푸드트럭에서 어떤 도넛을 먹을지 고민하는 여고생들’, ‘저녁 6시, 숲속의 작은 음악회를 감상하기 위해 잔디마당에 자리 잡은 주민들’, ‘출근길에 숲과 정원 안에서 미팅 자료를 검토하는 40대 직장인’ 등. 박승진은 어떤 사람들이 이 공원을 이용할는지 상상하며 백 명을 써내려갔다고 한다. 그는 말한다. “그런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공원 아닌가요? 누구에게나 열려 있기 때문에.” 가로에서 보면 나무가 무성한 공원은 익숙한 모습이다. 공원이 가로와 만나는 입구나 반원형 휴식 포켓 등은 형태와 재료를 모두 기존 상태로 보존했다. 다만 공원을 빙 두르는 벤치를 겸한 소박한 콘크리트 경계가 만들어져 가로를 걷는 사람들의 쉼터가 되고 있다. 기존 공원의 보존 대상에는 물리적인 것뿐만 아니라 이용자들의 기억도 포함될 것이다. 공원을 방문했을 때, 회랑의 계단 아래에 모여 바둑을 두고 있는 어르신들을 볼 수 있었다. 온수진은 그 어르신들이 리노베이션 전에도 오목공원에서 오랫동안 바둑을 두시던 분들인데, 공원이 재개원했던 초기에는 과거에 비해 세련된 공원에서 자리를 못 잡으시다 이제 좀 한적한 구석을 찾으신 모양이라고 귀띔했다. 개인의 서사는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공원에서 바둑을 두는 어르신들의 일상은 개개인의 것이지만, 한국 사회의 고령화, 세대 갈등, 여가 문화, 양극화, 복지 등의 문제로도 확장해 읽을 수 있다. 개개인의 기억이 모여 공동의 기억이 되고 역사가 된다. 시민들이 경험하는 공공 공간은 조경이나 건축, 산업디자인처럼 실무나 학문의 경계와는 무관하다. 통합적인 공공 디자인의 관점이 필요한 이유다. 여러 전문가들이 서로의 영역을 이해하며 재생한 오목공원이 공동체의 경험을 어떻게 확장하며 이어갈지 함께 지켜볼 일이다.

 

​회랑 모서리에는 구조체와 분리된 실내 공간을 만들었다.

 

 

월간 「SPACE(공간)」 684호(2024년 11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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