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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12월을 맞이하는 자세

글
김정은 편집장

「SPACE(공간)」 2024년 12월호 (통권 685호) 

 

 

12월을 맞이하는 자세

 

월간지를 만들다 보면 남들보다 한 달쯤 일찍 시간을 맞이하는 데 익숙해진다. 사람들이 묵은 해와 송별하는 시점에 편집부의 새해는 이미 떠오른 셈이다. 그래서인지 계절의 변화나 한 해의 시작과 끝이 건축 전문지의 내용에 별스럽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여기다가도, 12월호에 다다르니 잠시 숨을 고르고 뒤돌아보고 싶은 마음이 동한다. 한 해의 ‘마지막’ 호란 수식어가 이러한 반추에 정당한 계기를 부여하거나, 한걸음에 달려온 듯한 지난 시간이 달려갈 미래와 별개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2024년은 건축가 유이화의 작업으로 문을 열었다(존재에서 흐름으로: ITM유이화건축사사무소, 「SPACE(공간)」 674호). 이타미 준(1937~2011)의 영향으로 땅의 조건과 환경에 순응하는 건축에서 출발하지만, 그 그늘에서 벗어나 ‘흐름의 건축’을 보여주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인상적인 지면이었다. 특히 ‘시간을 향해 쏘는 활’이란 의미를 담은 시호재(時弧齋)가 11월 제47회 한국건축가협회상을 수상했다는 기쁜 소식도 들려왔다.

 

2024년 벽두에는 올해 서펜타인 갤러리 파빌리온에 매스스터디스의 ‘군도의 여백(Archipelagic Void)’이 선정됐다는 낭보가 있었다. 「SPACE」 3월호 프레임은 개소 20주년을 지나 중요한 분기점에 선 매스스터디스의 작업을 ‘파빌리온’이라는 틀에서 조명했다(안티-파빌리온의 변주: 매스스터디스, 「SPACE」 676호). 6월 5일 대중에 공개된 ‘군도의 여백’ 방문 후기와 국외 건축언론의 평가는 7월호에서 만날 수 있다(공동체에 관한 보이지 않는 이야기: 2024 서펜타인 파빌리온 ‘군도의 여백’, 「SPACE」 680호). 지난 9월에는 역대 서펜타인 파빌리온을 한데 모은 전시가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열려 6만 5,000명이 방문하는 등 성황을 이뤘다(전시에 이야기를 더하다: <서펜타인 파빌리온의 순간들 2000-2024: 모두를 위한 영감의 공공 공간>, 「SPACE」 682호). 한편 이 전시가 열렸던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은 역사적 장소에 마련된 국내 최초 도시건축 분야 전시관인데, 최근 서울시는 전시관을 사실상 폐쇄하고 지역특산물 판매시설로 전환하려는 계획을 세워 건축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 11월 19일 새건축사협의회는 서울도시건축전시관 폐쇄를 반대하는 성명서를 내고,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재생은 국내외 건축계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다. 지난 11월호에서는 조병수의 재생건축을 소개했다(건축의 새로운 생을 향한 여정: BCHO 파트너스, 「SPACE」 684호). 원래 있었던 것과의 관계가 중요한 재생건축의 특징을 반영해, 결과물을 비평하는 형식이 아니라 건축가를 포함해 재생과 연루된 여러 사람을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구성했다. 반 시게루의 근작을 소개했던 7월호는 재료와 구조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다(구축과 태도: 시게루 반 건축사사무소, 「SPACE」 680호). 건축 기술에 대한 탐색을 통해 조형 어휘를 확장해가는 이정훈의 설해원 작업은 여러 구조를 결합하며 대규모 리조트 건축을 조율하는 경험에 주목했다(자연 속 휴식, 환대의 풍경을 그리다: 설해원과 조호건축사사무소, 「SPACE」 681호). 여가 공간에 대한 새로운 요구와 대응이라는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기획이었다. 한편 건축 문화를 대중적으로 전달하는 데 애쓰고 있는 유현준의 작업을 ‘건축은 관계를 디자인하는 것’이란 건축가의 메시지에 집중해 소개하기도 했다(경계를 넓히고 흐름을 만드는: 유현준, 「SPACE」 679호).

 

2024년 「SPACE」에는 젊은 건축가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2월호 프레임은 고영성과 이성범(현 이성범건축사사무소 대표)이 이끄는 포머티브 건축사사무소의 주택과 스테이를 게재했다(형태로 사고하는 건축: 포머티브 건축사사무소, 「SPACE」 675호). 카페나 스테이가 젊은 건축가들에게 문화적 기회로 작용하는 현상 안에서, 천의영(경기대학교 교수)은 건강한 형태 욕망을 드러내는 이들이 대중 중심의 새로운 건축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평하기도 했다. 4월호에서는 생산의 토대를 이해하면서도 공공 건축의 보편적 기준을 높여가고자 노력하는 구보건축의 작업을 소개했다(느슨하고 정교하게: 구보건축+홍지학, 「SPACE」 677호). 김진효와 남호진의 작업을 기획하면서는 주류가 놓치고 있는 가치에 주목하며 ‘조용한 반기’를 드는 그들의 목소리가 수면 위로 올라오기를 기대했다(지금 여기 필요한 것: 건축사사무소 김남, 「SPACE」 678호). 그래서 그들의 일원동 다세대주택 웜 앤 쿨(2021)이 한국건축역사학회 제6회 작품상 대상 수상작에 선정됐다는 소식과, “역사적으로 평가받지 못했던 1980년대 이후의 현대사, 여러 법규의 제약 속에서 만들어지는 건축 유형으로서의 다세대주택과 그것의 진화, 현실의 문제를 풀어나가며 치열하고 창의적으로 작업”했다는 심사평이 더욱 반갑게 다가온다.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성장하며 실체적 마당을 중심으로 작업하는 박지현과 조성학(매일같이 사소하게: 비유에스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SPACE」 682호), 그리고 ‘나머지론’을 주창하는 정이삭과 홍진표(숙명과 회의의 간극에 서서: 정이삭+에이코랩건축사사무소, 「SPACE」 683호) 역시 놓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주어진 제약 조건으로부터 창의적이고 설득력 있는 해법”을 제시하는 에스티피엠제이(공동대표 이승택, 임미정)가 이번 호에 소개된다. 특히 “개념 구현을 위해 동원한 도구들, 예를 들어 추상적 기하학, 중립적 공간구성, 비례와 질서 등을 새로운 관점에서 완성도 있게 만들어”낸 ‘주장하는 건축’을 확인하는 과정은 지적인 여정이 될 것이다.

 

편집장 김정은

 

 

「SPACE(공간)」 2024년 12월호 (통권 685호)  목차

 

006  EDITORIAL

008  NEWS

 

024  PROJECT

올드 프린터리 - 오피스 아르히텍티

Old Printery – OFIS arhitekti

 

034  PROJECT

뜬담 - 박희도 건축사사무소

Floating Wall – HDp Architects

 

046  PROJECT

살림집 커먼 - 류창수+건축사사무소 이담

Sallimzip Common – Ryu Changsu + EDAM Architects

 

054  FRAME

구체적인, 현실적인, 설득적인: 에스티피엠제이

Concrete, Realistic, Persuasive: stpmj

 

056  FRAME: ESSAY

주장하는 건축: 또 다른 조건을 찾아서_ 이승택, 임미정

Statement(al) Architecture: Another Constraint_ Lee Seungteak, Lim Mijung

 

064  FRAME: PROJECT

보통집

Super-Normal

 

070  FRAME: PROJECT

몬타주 한남

Montage Hannam

 

076  FRAME: PROJECT

메가 플로어

Mega Floor

 

084 FRAME: CRITIQUE

도구로서의 기하학, 전략적 중립성_ 남상문

Geometry and Strategic Neutrality as Tools_ Nam Sangmoon

 

094  LIFE

도시가 필요로 한 자연: 런던 자연사박물관 새 정원 개방_ 키스 제닝스, 에드먼드 파울스, 닐 데이비슨 × 윤예림

Nature in the City: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Opens New Gardens_ Keith Jennings, Edmund Fowles, Neil Davidson × Youn Yaelim

 

102  REPORT

건축의 전과 후를 생각하다: 제이어드바이저리의 지식산업센터, 퍼블릭가산_ 박상준 × 방유경

Contemplating the Before and After of a Building: JAD’s Knowledge Industry Center, PUBLIK GASAN_ Park Sangjun × Bang Yukyung

 

110  REPORT

첫 번째 지역사회권적 주택: 야마모토 리켄, 판교 하우징_ 김보경, 백진, 한상우

The First Collective Housing Project Featuring the Local Community Area Principles: Yamamoto Riken, Pangyo Housing_ Kim Bokyoung, Baek Jin, Han Sangwoo

 

118  RELAY INTERVIEW: I AM AN ARCHITECT

꾸준히, 오래, 밀도 있게 건축하기 위해_ 한지영, 황수용 × 김보경

To Build Consistently, over a Long Time, and with Substance_ Han Jeeyoung, Hwang Sooyong × Kim Bokyoung

 

124  SERIES: The Possibilities Inherent in Extinction, Mid-Size City Forum 06

덧대기 건축과 새로운 층위_ 이장환, 이상현

Ad-Hoc Architecture and New Stratification_ Lee Janghwan, Lee Sanghyun​ 

 

 

월간 「SPACE(공간)」 685호(2024년 12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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