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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 새로운 경험 공간을 제공하는 복합상업시설: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사진
윤준환(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진행
윤예림 기자

「SPACE(공간)」 2024년 7월호 (통권 680호) 

 

롯데몰은 하노이의 최대 호수 서호와 대규모 개발 단지 사이에 위치한다. ©Junglim Architecture 

 

인터뷰 김준영 롯데백화점 해외사업부문장, 이명진 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 윤하용 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모빌리티 BU AP4, 김두현 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복합주거 BU AP4, 그레고리 코박스 베노이 디자인 디렉터 × 윤예림 기자​

 

 

기획과 운영: 현지의 요구에 경험으로 답하는

윤예림: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이하 롯데몰) 사업의 추진 배경부터 이야기해보자. 베트남 현지의 쇼핑・숙박・문화시설은 어떤 성격을 가지며 그 안에서 롯데몰이 발견한 가능성은 무엇인가?
김준영: 급격한 경제성장 단계에 있는 베트남은 백화점, 복합쇼핑몰 같은 현대적인 유통시설의 역사가 20여 년밖에 되지 않는다. 최초의 백화점이 2000년 문을 열었고 2010년대에 들어서 현대식 쇼핑몰이 본격적으로 생겨나기 시작해 현재는 하노이시에 23개, 호치민시에 20개 주요 상업시설이 있다. 이러한 성장에 반해 아직까지 글로벌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지 않다는 점에서 기회를 봤다. 하노이에 분포하는 주된 쇼핑몰은 베트남 현지 기업인 빈그룹이 개발한 빈컴리테일로, 대규모 지역개발과 연계해 주거단지의 편의를 목적으로 주로 개발되었다. 한편 롯데그룹과 이온그룹이 대표적인 외국계 기업으로, 이온그룹의 이온몰은 주로 시의 외곽에서 투자비를 최소화해 지역 상권을 선점하는 식으로 개발된다. 반면 롯데몰은 광역 상권을 목표로 하며 쇼핑몰뿐 아니라 호텔, 서비스레지던스, 오피스가 포함된 복합시설로서 기존의 쇼핑몰들과 차별화된 강점을 가진다. 
롯데그룹은 1998년 롯데리아 및 제과사업을 시작으로 베트남에 진출해 쇼핑몰, 호텔, IT, 건설 등 많은 분야에서 활발히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백화점 분야에서는 2008년 다이아몬드플라자, 2014년 롯데센터 하노이의 운영을 시작해 베트남 유통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베트남은 25~35세 인구와 이들을 중심으로 한 젊은 가족이 많고 교육열이 높은 편이다. 더불어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가족 단위의 즐길거리, 볼거리, 먹을거리를 찾는 시민이 늘었다. 이러한 문화적 특성과 요구를 고려해 베트남의 수도이자 정치, 문화의 중심지 하노이에 새로운 경험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윤예림: 롯데몰은 하노이 최대 호수인 서호와 대규모 개발이 진행 중인 시푸트라 단지 사이에 위치한다. 이곳에서 지역과 관계 맺으며 어떤 역할을 하길 바랐나?
김준영: 롯데몰이 위치하는 하노이의 북쪽 지역은 시푸트라 신도시, THT 신도시, 외교단지 등이 계획된 개발의 중심지로, 향후 하노이의 신도심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지역이다. 2016년 롯데몰 개발 준비 당시 하노이는 전반적으로 개발이 많이 진행되지 않은 도시였고, 롯데몰의 부지는 인도네시아계 개발회사에 의해 기초공사만 진행된 상태로 9년간 방치된 장소였다. 그리고 호안끼엠 호수를 중심으로 하노이의 정치, 행정, 상업의 주축을 형성하고 있는 구도심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외곽 지역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공항에서 접근성이 좋고 넓은 도로에 면하고 있다는 점, 베트남 시민들의 큰 문화적 자산인 서호와 인접해 있다는 점, 인근에 고급빌라와 유명 음식점이 많아 시민들이 여가와 휴식을 위해 찾는 장소라는 점 등에서 발전 가능성이 큰 지역이라 판단했다. 구도심과의 거리적 한계는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콘텐츠로 극복하고자 했다. 작년 9월 오픈한 이후 현재는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개발을 가속화하는 중심 장소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레고리 코박스(베노이 디자인 디렉터)와 김두현(정림건축 복합주거 BU AP4)이 롯데몰의 디자인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Image courtesy of Junglim Architecture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이명진(정림건축 대표이사), 김준영(롯데백화점 해외사업부문장), 그레고리 코박스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Image courtesy of Junglim Architecture

윤예림: 롯데몰은 호텔, 서비스레지던스, 오피스 타워 세 동과 그 중심에 자리하는 5층 규모 쇼핑몰로 구성된다. 쇼핑몰은 매장 40% 이상을 집객 콘텐츠로 꾸리고 ‘머물고 싶은 곳’으로 기획한 점이 눈에 띈다. 최근 한국에서 경험과 장소를 연결한 오프라인 공간들이 소비자를 대거 끌어들이는 상황과 맥을 같이하는 듯한데, 이러한 흐름과 베트남 시장의 성격을 고려한 롯데몰의 전략이 궁금하다.
김준영: 한국 유통업계에서 얻은 노하우와 베트남 소비자의 니즈가 만나는 지점을 찾았다. 획일화된 상품과 매장으로 특색을 찾기 어려운 기존의 쇼핑몰들과 달리, 롯데몰은 베트남 또는 하노이에 입점한 적 없는 브랜드 53개와 주기적인 팝업스토어 변경, 층별 명확한 콘셉트 등을 통해 차별화된 상품과 공간을 제공한다. 일반적인 백화점에서 상품 콘텐츠와 집객 콘텐츠의 비율이 8대 2정도라면, 롯데몰은 5대 5정도의 비율로 집객 콘텐츠를 2배 이상 높였다. 과거 중국과 프랑스의 지배를 받았던 역사로 인해 동서양의 문화가 자연스레 공존하는 베트남은 한국의 문화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콘텐츠들을 접목하기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특별히 로컬 맛집과 K-푸드존 등 특화된 식음(F&B)의 구성 비율을 높였고 지역의 노포 맛집을 장기간 협의를 통해 쇼핑몰에 최초 입점시켰다. 나아가 높은 교육열에 부응해 한국에서 검증된 어린이 직업체험 시설 키자니아를 베트남 최초로 오픈하고, 실내 문화 공간이 부족한 현지 특성을 보완하는 오픈형 서점, 지역 예술가의 전시 공간 등 다양한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했다. 

윤예림: 건축 및 공간 계획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나? 건축가의 선정 기준은 무엇이었나?
김준영: 노이바이 국제공항에서 하노이 도심으로 이어지는 주요 도로에 위치한 대형 건축물인 만큼 지역 랜드마크로의 위상과 주변 맥락을 반영한 디자인에 주안점을 두었다. 내부 공간은 많은 고객이 편안하게 쇼핑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넓은 공간과 동선을 구성하도록 했다. 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이하 정림건축)와 베노이의 디자인은 베트남을 비롯한 동서양 국가의 문화적 유산을 건축에 접목한 점이 인상 깊은 제안이었다. 


롯데몰의 남동 측 방면은 도로의 규모가 작고, 단층 건물이 주로 분포하며 보행자의 유입이 많은 편이다. 이러한 도시 맥락에 대응해 남동 측 입면은 작은 스케일의 매스로 분절해 디자인했다. 매스 사이로 서호변을 향해 열린 작은 길과 테라스를 형성해 서호의 자연경관을 건물 내로 끌어들인다. ©Junglim Architecture​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며 옥상정원으로 이어지는 쇼핑몰의 순환 동선은 서호와의 지속적인 교류를 만들어낸다. 또한 오피스 이용자는 연결 동선을 통해 1층에 내려가지 않고도 옥상정원과 쇼핑몰의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Junglim Architecture


인접한 도시 맥락과 보행자 경험에 초점을 맞춘 남동 측 입면 디자인. 박스 형태로 작게 분절된 매스는 베트남 거리를 이루는 건축물과 도시 경관을 재해석한 것이다. 

공간과 건축: 변수와 상수의 파동에서 균형을 이루는 일

윤예림: 정림건축과 베노이 두 설계사가 참여했다. 프로젝트의 긴 호흡 가운데 두 사무소는 어느 단계부터 참여해 어떻게 협력해갔나?
김두현: 2015년 롯데그룹이 인도네시아계 개발회사가 개발 중이던 저층형 쇼핑몰을 인수한 당시에 정림건축이 규모 검토 등의 컨설팅 업무를 맡았다. 그리고 2016년 5월 추진된 설계공모에서 정림건축의 안이 선정됐다. 베노이는 2018년경 합류해 정림건축이 수행한 스키메틱 디자인을 넘겨 받아 계획을 이어갔다.
윤하용: 국내와 해외 설계사가 협업할 때 주로 해외사가 디자인의 큰 가닥을 잡고 국내사는 이를 구현하는 
역할로 구분되는 경우가 많은데, 정림건축과 베노이는 디자인 주도권을 함께 가지고 프로젝트를 이끌어갔다. 프로세스에 따라 어느 한쪽의 역할 비중이 커지기도 작아지기도 했지만 양측이 서로의 디자인을 존중했고, 프로젝트에 강한 책임 의식과 애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끝까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진행할 수 있었다. 
그레고리 코박스: 베트남에서 진행되는 한국 프로젝트라는 특성으로 베트남 현지 조건뿐 아니라 한국의 조건도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프로젝트였다. 한국과 베트남 문화 모두에 유효한 작동 방식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정림건축이 중간 다리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윤예림: 건축가로서 현지 조건을 어떻게 읽고 접근했나?
그레고리 코박스: 현지 조건이란 물리적 환경뿐 아니라 사회 및 경제 환경과 문화적 규범, 사람들이 공간을 사용하는 방식을 포함한다. 하노이에 처음 왔을 때, 야외에서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 놀라웠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날씨가 가장 더운 낮 동안에는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고 해가 지면 구시가지에 나가 음식과 음료를 즐기곤 하더라. 롯데몰은 두 요구를 모두 충족시키고자 종일 시원한 환경의 실내 공간과 서호를 바라보며 산책과 식사를 할 수 있는 계단식 테라스를 계획해 날씨에 상관없이 실내외 공간을 자유롭게 즐기도록 했다.
물리적으로 대지의 독특한 점은 사면이 매우 다른 조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지의 북서 측은 도시의 주요 간선도로인 이환로가 위치해 많은 차량이 빠른 속도로 다니며 큰 규모의 건물이 많다. 반면 서호를 바라보는 남동 측은 도로의 규모가 작고 단층 건물이 많이 분포하며 보행자의 유입이 많은 편이다. 이러한 다양한 조건을 이해하고 잘 조합하고자 노력했다.


롯데몰의 5층 규모 쇼핑몰은 레이스트랙처럼 몰 전체를 순환하게 하는 동선으로 계획됐다. 매장과 매장을 오가는 동선과 공용 공간에 큰 면적을 할애했는데, 여러 매장의 파사드를 계속해서 노출시켜 소비자가 공간에 오랫동안 머무르도록 유도하기 위함이다.




롯데몰은 집객 콘텐츠 비율을 높여 소비를 넘어 ‘머물고 싶은 곳’으로 계획됐다. 로컬 맛집과 K-푸드존 등 특화된 콘텐츠의 구성 비율을 높이고, 실내 문화 공간이 부족한 현지 특성을 보완하는 오픈형 서점, 전시 공간 등 다양한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했다.

윤예림: 그러한 노력이 매스와 입면 디자인에서 나타난다. 대지의 사면이 도로와 접하는 독특한 입지 조건에서, 각 입면을 서로 다르게 디자인했고 주변 경관의 이미지를 차용해 상징성을 강화했다.
그레고리 코박스: 각 입면부를 인식하게 되는 경험적 측면을 고려해 매스와 입면에 서로 다른 위계를 적용했다. 이환로 방면은 빠른 속도의 자동차 관점에서 바라보는 경험을 고려해 서호의 물결이 흐르는 듯한 형상의 매우 단순하고 큰 스케일의 입면을 적용했다. 반대로 서호 방면은 인접한 도시 맥락과 보행자 경험에 초점을 맞춰 입면을 작은 스케일의 매스로 분절했다. 유입 인구의 주된 접근 방향인만큼 사람들이 직접 탐험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끔 하는 인간적인 스케일을 고려했다. 매스 사이로는 서호변을 향해 열린 작은 길과 테라스를 형성해 서호의 자연경관을 최대한 건물 내로 끌어들이도록 했다.
김두현: 박스 형태로 분절된 입면은 베트남의 도시경관을 재해석한 것이다. 베트남 도시를 보면 3~4m 폭으로 일정하게 분할된 필지에 좁고 깊은 형태로 건축된 건물이 도시경관을 이루고 있는데, 작게 분절된 매스의 조합은 그러한 베트남 거리의 건축물을 연상시킨다.
세 개 타워의 매스와 입면은 통경축의 확보를 우선으로 삼았다. 특히 호텔 동의 입면은 톱니바퀴 형태로 디자인됐다. 이는 그만큼 면적에서 손실이 발생하는 것을 감수하고 전 객실에서 차등 없이 서호의 경치를 즐길 수 있도록 의도한 것이다. 한편 서비스레지던스 동은 매스의 방향을 사선으로 비틀어 호텔 동으로 인해 차단되는 서호로의 열린 조망을 확보했다. 전체적인 외관의 중성적인 색상은 먼지가 많은 하노이에 최적한 색상이다. 흰색이나 어두운 색상의 패널은 시간이 조금만 흘러도 건물을 매우 노후해 보이게 한다. 이런 사실을 오래전부터 터득한 로컬 건설사의 아파트들은 대부분 밝은 회색 계열 색상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윤예림: 호텔, 서비스레지던스, 오피스 그리고 쇼핑몰의 다양한 프로그램까지 서로 다른 성격의 공간과 사용자를 고려한 배치와 동선 계획이 궁금하다.
윤하용: 대지 특성상 건물에 전면, 후면의 개념이 사실상 없다. 인접한 모든 도로에서 건물로 진입하는 주 출입구가 마련돼 있다. 각각의 시설이 분리된 주 출입구를 가지고, 보행자와 차량 동선이 명확하게 구분돼 있지만, 쇼핑몰이 모든 동선을 연결하는 중심 역할을 하도록 계획했다.
쇼핑몰에는 ‘몰링(malling)’이라 부르는 동선 계획이 요구된다. 상품의 판매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공간에 오랫동안 머무르며 다양한 체험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몰링의 주요한 기능이다. 따라서 매장과 매장을 오가는 동선과 공용 공간에 큰 면적을 할애한다. 여러 매장들의 파사드를 연속적으로 노출시키고, 그로 인해 인지성과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롯데몰은 레이스트랙처럼 몰 전체를 순환하게 하는 동선으로 계획됐다. 국내 복합쇼핑몰에서 이런 순환형 몰링을 계획했던 적이 있다. 
김두현: 이때 중앙의 큰 보이드는 동선의 순환과 웨이파인딩을 돕는 한편 사람들을 모으고 이벤트가 일어나는 공간의 역할도 한다. 쇼핑몰은 더 이상 쇼핑 공간으로만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스케일과 공간감을 치열하게 고민했다.
그레고리 코박스: 내부의 순환 동선은 외부로도 이어진다. 외부 상점 앞을 걷다가 내부로 다시 들어가기도 하면서 쇼핑몰의 동선을 따라가는 내내 서호와의 지속적인 교류가 일어나도록 했다. 동선의 끝자락에서는 옥상정원에 도달해 서호를 바라보게 된다. 외부 조경과 바닥 페이빙은 서호에 직접 가지 않더라도 이미 호숫가를 산책하는 듯한 느낌을 주도록 디자인했다. 
김두현: 더불어 오피스 동 저층부를 주차장으로 할애해 방문객이 주차 후 곧바로 쇼핑몰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한다거나, 오피스 이용자가 1층까지 내려가지 않고도 쇼핑몰의 편의시설과 옥상정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연결 동선을 만드는 등 이용자와 거주자의 편의를 위한 동선 계획에 신경 썼다.

윤예림: 프로젝트의 초기 단계부터 완공까지 8년이 넘는 기간은 온라인 쇼핑의 발달과 팬데믹 등으로 많은 변화를 겪은 시간이기도 하다.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어떻게 대처하며 프로젝트를 완성했나?
윤하용: 장기 프로젝트에는 무엇보다 변화에 적극적이고 유연한 자세가 요구된다. 특히나 끊임없이 요동치는 상업 트렌드와 시대 흐름에 따라 건축주의 요구 사항이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것이 상업시설이다. 정림건축은 이러한 대규모 상업시설에 대한 경험이 많아 경영진부터 모든 직원이 그런 과정을 이해했기 때문에 유연한 대처가 가능했다. 
그레고리 코박스: 상업시설의 상황은 늘 변하기 마련이니, 십수 년이 지나도 유효하게 작동하는 건물을 디자인하는 것이 건축가의 역할이다. 롯데몰의 계획 당시 누구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같은 위기가 있으리라 예상치 않았다. 팬데믹 동안 사람과의 접촉이 제한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사람들에게는 실제로 만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현대사회, 특히 아시아에서는 그 역할을 상업시설이 맡고 있다. 우리가 만든 공간이 사람들이 함께 모여 교류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간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염두에 두며 설계했다.







복합상업시설과 해외 건축: 현장에서 얻은 방향 감각

윤예림: 정림건축은 2011년 베트남 현지법인을 설립한 후 현재까지 규모가 있는 주거, 상업, 문화시설 등을 다수 진행하며 현지에 대한 감각을 쌓아왔다. 롯데몰에서 그간의 경험이 발휘된 지점을 듣고 싶다. 
이명진: 정림건축은 국내에서부터 복합상업시설의 경험을 다년간 쌓아왔다. 가장 중요한 첫 번째 프로젝트는 현재까지도 도시형 몰링을 구현한 최초 사례로 회자되는 타임스퀘어(2009)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도심의 대형 상업시설이 도시 인프라와 시민의 삶에 끼치는 영향력을 확인했다. 한편 스타필드 하남(2014)을 통해서는 위성도시에 위치하는 대형 복합상업시설의 특수성을 흡수했다. 그리고 롯데월드 선양, 롯데센터 하노이(2014) 등의 해외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의 설계 모델을 현지에 최적화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경험을 축적했다. 이번 롯데몰은 이러한 도심형과 교외형 복합상업시설, 그리고 해외 프로젝트의 경험과 노하우가 모두 중첩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롯데몰 부지는 하노이에서 도심 지역인 12개 군에 속하는 서호군에 위치하지만 전통적인 구도심과는 떨어진 북쪽 끝에 위치해 한편으로는 교외 지역의 성격도 가지기 때문이다. 
베트남 현지법인을 설립하면서 지금까지, 현지에 직접 뛰어들어야만 볼 수 있는 무수한 문제들을 만났다. 예컨대 공원과 호수처럼 야외의 즐길 공간은 풍부한데 반해, 선진화된 실내 공간이 현저히 부족한 모습에서 단순한 소비를 넘어 소통을 일으키는 문화 공간에 대한 요구를 직접 확인했다. 이렇듯 몸소 체감한 수많은 문제들에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베트남 고유의 지역, 정치, 사회적 특수성을 건축에 녹여낼 수 있었다.

윤예림: 롯데센터 하노이와 롯데몰은 모두 하노이의 랜드마크를 표방한다. 그간 정림건축에게 랜드마크에 대한 인식에 변화가 있었다면 무엇인가?
이명진: 롯데센터 하노이는 계획 당시 하노이에서 두 번째로 높은 건물이었고, 롯데몰은 단일 복합상업건물로는 현재 하노이 최대 규모이다. 랜드마크의 기본적인 건축적 성격이 도시의 오브제로서 수직적으로 솟은 높이와 큰 규모라면, 롯데몰은 여기에 수평성과 ‘마인드마크’적인 특성을 더했다. 베트남은 스케일이 중요한 도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랜 시간 동안 역사적, 문화적 서사를 켜켜이 쌓아온 호수와 나무들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중요한 랜드마크로 작용하는 모습을 많이 목격했다. 2015년 노이바이 국제공항과 구도심을 곧장 연결하는 녓떤 대교가 개통되면서, 롯데몰은 공항과 구도심 사이에 서서 하노이 도시의 시작을 알리는 관문 역할을 하게 됐다. 이에 더해 베트남의 수많은 설화와 민족의 이야기가 담긴 서호를 품은 장소로서, 그리고 사람들이 실제로 경험하며 건축과 공간을 기억할 수 있는 건축물로서 장소성을 갖는 랜드마크가 되고자 한다. 


호텔 및 서비스레지던스 동 로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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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및 서비스레지던스 동 로비 모습 ©Junglim Architecture​

윤예림: 정림건축 베트남 현지법인이 내다보는 비전에 대해 들려달라.

이명진: 감소하는 한국의 인구와 달리 베트남 인구는 지난해 한국의 두 배인 1억 명을 돌파했고 그중 35세 이하 인구가 70%를 차지한다고 한다. 1인당 GDP는 현재 기준으로 한국의 8분의 1 수준이지만 15년간의 성장률을 비교하면 한국이 2~3배로 성장을 하는 동안 베트남은 5배 이상의 성장을 했다. 그만큼 젊고 폭발적으로 발전하는 국가다. 하노이의 2045년 비전에 의하면 북쪽으로는 노이바이 국제공항과 하노이 도심 사이의 동안(Dong Agh), 메린(Me Linh) 등의 지역을 하나의 도시로 개발하고, 서쪽으로는 호아락(Hoa Lac)과 쑤언마이(Xuan Mai) 지역을 통합해 창업 및 연구 거점으로 조성하는 등 적극적으로 도시 건설을 추진하고 있어 도시계획적으로도 할 일이 많은 나라다. 정림건축은 한국의 발전사와 함께 성장하면서 급격한 경제 개발과 그로 인한 명암을 먼저 경험했기 때문에, 이를 거울 삼아 베트남 도시에 더 나은 개발 모델을 제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대규모의 자본이 유입되는 상황 속에서 건축은 종종 개발업체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역할에 머무는 경우가 있다. 물론 개발 사업이 자본의 논리와 완전히 분리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림건축은 도시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이곳에서 계속 살아갈 시민이 함께 호흡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개발 모델을 제시하려 한다.​

 

호텔 및 서비스레지던스 동의 진입부 모습 

 

롯데몰의 북서 측 방면은 도시의 주요 간선도로가 위치해 차량이 빠른 속도로 다니며 큰 규모의 건물이 많다. 빠른 속도의 자동차 관점에서 바라보는 경험을 고려해 단순하고 큰 스케일의 입면을 적용했다.

월간 「SPACE(공간)」 680호(2024년 07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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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영
김준영은 롯데백화점의 해외사업 전문가다. 20여 년 롯데백화점 생활 중 12년간 중국과 베트남에서 근무했다. 호치민 다이아몬드플라자 영업팀장, 롯데백화점 본사 글로벌MD팀장, 상하이 MD사무소장, 하노이 롯데센터 점장, 롯데 프로퍼티스 하노이 법인장을 거쳐 지금은 해외사업부문장으로서 롯데백화점의 해외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이명진
이명진은 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이하 정림건축)에 입사해 디자인랩과 설계그룹에서 디자인을 이끌어왔으며 현재는 첨단설계부문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업무, 연구, 상업, 의료, 생산, 데이터센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건축 작업을 수행해왔다. 한국건축문화대상, 대구광역시건축상, 대한민국녹색건축대전 최우수상 등을 수상했으며, 주요 국내 및 국제 공모전에서 당선됐다. 주요 작품으로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세종, 현대자동차 하이테크센터, 카카오 제주 아지트, 이대서울병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UNSIT 이차전지 연구소, 대구은행 제2본점 등이 있다.
윤하용
윤하용은 인덕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여러 회사에서 실무를 거친 후 2012년에 정림건축에 입사해 현재까지 재직 중이다. 정림건축에서 롯데월드 선양, 스타필드 하남, K-벨리 테마파크, 이마트 성수사옥 성수점 리모델링 등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김두현
김두현은 충북대학교와 서울시립대학교 국제도시과학대학원에서 수학했다. 선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를 거쳐 2007년 정림건축에 입사해 재직 중이며, 리비아 트리폴리 JW 메리어트 호텔을 시작으로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까지 10개국 이상에서 다수의 해외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대표작은 리비아 트리폴리 JW 메리어트 호텔 및 힐튼 리조트, 만도 멕시코 및 폴란드 공장, 베트남 하노이 스타레이크 주상복합 프로젝트가 있다.
그레고리 코박스
그레고리 코박스는 런던 AA 스쿨에서 수학했으며 RIBA 골드핑거 어워드에서 수상했다. 학문, 건축, 인테리어 디자인, 컴퓨테이션, 예술을 아우르는 작업을 선보이며 AA 스쿨과 바틀렛 건축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베노이의 홍콩, 싱가포르, 중국 선전 스튜디오 디자인 디렉터로서 아시아와 중동에 걸친 다양한 프로젝트를 감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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