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 이미지ⓒPaolo Rosselli
우리 모두는 지구에 살지만 지구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일부였고, 인간의 삶이 점점 편리해지는 사이에 자연은 돌이킬 수 없이 훼손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제 우리 모두는 기후변화, 기후위기, 기후재난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 시대의 과제를 공동으로 껴안아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일상생활에서의 사소한 습관들을 들여다보고, 당연하게 여겼던 일들에 질문하기도 한다. ‘이 행위가 환경을 위협하지는 않는가?’ 그러면 지금까지 우리의 삶을 인간답게, 나아가 보다 풍요롭게 만든 건축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물어야 하며, 어떤 실천을 이어가야 할까? 「SPACE(공간)」는 건축이 생성되고 유지되고, 소멸되기까지의 생애를 기후재난의 자리에서 질문해보고, 그에 따른 몇몇 시도들을 엿보고자 한다.
STEP 2: 운영되고 유지될 때
질문 1: 쾌적한 열환경을 위해 얼마나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가?
질문 2: 친환경 인증제도라는 댐은 잘 작동하고 있는가?
질문 3: 건물 내 식물은 도시의 허파가 될 수 있는가?

국가별 친환경 인증제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G-SEED(대한민국, 정부 주도), LEED(미국, 민간 주도), BREEAM(영국, 민간 주도)
인증제도의 정착과 친환경 건축이라는 업역
세계 건축 및 건설연맹의 2020년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탄소배출량 중에 건축물 관련 배출량은 38%에 이르고 이 중 운영 단계에서 28%, 시공 단계에서 10%가 배출된다고 한다. 세계 각국이 건물 부문의 탄소배출을 관리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그 중심에 인증제도가 있다. 국제적으로 건축물의 탄소배출을 관리하는 인증제도에는 크게 두 줄기가 있다. 우리가 통칭 친환경인증이라고 부르는 도시, 건축의 다양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제도와 에너지에 집중하는 에너지효율성능 평가제도가 그것이다. 우리 정부 역시 건축물 생애주기 전체의 환경적 영향을 다루는 녹색건축인증(G-SEED)과 운영・유지 단계에서의 에너지효율을 평가하는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인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탄소중립을 위한 우리 정부의 건물 부문 정책 방향이 ‘에너지 자급형 그린빌딩’의 확대, 즉 ‘그린’과 ‘에너지’에 방점을 두고 있음을 의미한다. 현재 두 제도는 우리나라에서 완전히 정착한 것으로 보인다. 공공건축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도 의무적으로 취득해야 하는 절차로 인식되고 있다. 인증제도는 다른 측면에서도 성공적인 변화를 이끌었다. 친환경 건축이라는 새로운 업역의 탄생과 일자리 창출이다. 인증 업무가 전통적인 설계 업역을 벗어나는 일이 많고 에너지 등 타 분야의 전문성을 요하다 보니, 건축설계의 주요 협력 분야로 공고히 자리를 잡게 되었다. 인증 관련 컨설팅 업체 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친환경 인증제도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일까?
설계자, 발주처, 건축주의 태도와 인식
필자가 몸담고 있는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처음 친환경 설계팀을 조직했을 때 사내 설계팀의 ‘친환경 건축’에 대한 인식은 대단히 낮았다.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태양광을 어떻게 적용하면 좋을까?’였다. 그래서 통합설계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설계공모 단계부터 같이 고민하면서 공감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이제는 설계공모팀의 인식 수준이 상당한 궤도에 올라왔고 실무설계팀에서도 인증제도는 당연한 일이 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 건축이 대세라고 생각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해외의 유명 디자이너나 기업의 디자인 철학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중시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분위기는 이와 사뭇 다르다. 친환경 건축은 표면적인 명분일 뿐 최고의 가치는 여전히 심미성에 있다. 건축주, 발주처의 경우도 기업 이미지 제고나 테넌트 유치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대부분 국가나 지자체에서 정한 의무 기준을 통과하는 데 급급하다. 그러다 보니 인증에서 점수 취득에 용이한 항목에 집중하고, 지구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민간 발주처의 경우, 투자 대비 회수되는 경제적 이득에 방점을 둔다. 우리나라는 전기요금이 낮기 때문에 에너지 저감으로 얻을 수 있는 유지관리비 절감 효과는 크지 않다. 더군다나 임대 건축물의 경우 에너지 저감에 따른 경제적 이득은 건물주가 아닌 테넌트가 가져간다. 투자자에게 그리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니라는 뜻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녹색건축센터에서 발표한 2020년 녹색건축인증 현황 자료를 분석하면 분야별로 공공이 52.9%, 민간이 47.1%이고, 그중 86.5%가 의무로 인증을 취득했다. 민간으로 한정해서 봐도 의무로 인증을 취득한 비율이 71.1%에 이른다. 녹색건축 인증제도가 공공도 민간도 의무라는 규제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의무가 아님에도 인증을 받은 프로젝트는 대부분 지가가 높은 서울, 수도권 등 대도시에서 사업성 제고(용적률 인센티브)를 위해 취득한 경우다.
건축설계 프로세스와의 부정합
G-SEED나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은 설계 단계에서의 예비인증과 시공 단계에서의 본인증으로 구분된다. 그런데 두 단계의 평가 항목이 동일하고 본인증 이전에 반드시 예비인증을 취득해야 한다. 이 지점에서 부정합과 불합리가 발생한다. 예비인증은 설계 단계에서 완료되기 때문에 인허가 절차와 병행해서 기본설계 직후 실시설계 초반에 이루어진다. 그런데 예비인증에서 요구하는 도서에는 실시설계가 완료되어야 알 수 있는 내용이나 시공 단계가 되어야 결정될 수 있는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설익은 내용으로 인증을 위한 도서 작업이 진행되는 불합리한 일이 반복되고 있다. G-SEED 개발 시 참조로 했던 영국의 BREEAM이나 미국의 LEED는 설계와 시공의 연속선상에서 단일한 프로세스로 진행하고 있다. 그들도 우리의 예비인증과 유사한 설계 단계에서의 1차 평가가 있지만 의무가 아니라 선택이고, 평가 항목도 설계와 관련된 항목들이다. 또한 디자인과 친환경 컨설팅 업무가 분리되어, 디자인 이후에 인증을 위해 맞추는 작업이 이뤄진다. 어느 디자이너에게 물어도 녹색건축인증을 디자인의 변수로 인식하고 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설계에 반영된 내용조차도 인증도서 작업에 부담이 되고, 의무점수 취득에 문제가 없다면 과감히 버리는 일도 발생된다. 이 건축물이 얼마나 친환경적인가를 증명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인증 기준을 통과하는 데 효율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인증 평가 방법의 비효율과 경직성
인증 평가 방법에 대한 비효율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녹색건축인증의 재료 관련 점수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그 재료가 적용된 실의 바닥, 벽, 천장의 면적을 산출하고 그 면적이 전체 면적의 일정비율 이상이 되는지를 증명해야 한다.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에서도 창, 벽, 바닥 등 면적을 일일이 산출해서 입력해야 한다. 하지만 해외의 사례를 보면 다른 효율적인 방법이 존재한다. LEED는 전체 공사비 대비 친환경 자재 공사비의 비율로 인증 여부를 평가한다. 에너지도 동적 에너지시뮬레이션 도구를 활용하기 때문에 3차원 모델링 기반의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창이나 벽 면적을 일일이 산출할 필요가 없다. IT강국인 우리나라에서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평가도구인 건축물 에너지소비 총량제(ECO2)를 기반으로 하더라도, 3차원 모델링과 연동하는 프로그램 개발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지만 실상은 불가능하다. 원천적으로 ECO2의 알고리즘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녹색건축인증 도입 20년, 에너지효율등급 도입 10년이 넘은 현시점에서 여전히 우리는 소모적인 일을 단순 반복하고 있다. 또한 인증 기준이 디자인의 창의성과 유연성을 방해하는 사례를 경험할 때마다 설계자로서 보완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재료의 경우, 건물에 적용된 친환경 자재의 수로 평가하는 항목이 있다. 하지만 적용 가능한 자재의 수가 많지 않아 설계할 때마다 어려움을 겪는다. 디자이너에게는 재료의 심미성이 대단히 중요한 반면 국내 인증 자재 선택의 폭은 좁고, 수입 자재를 사용할 경우 국내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국내 자재시장의 다변화와 해외 인증 자재를 인정하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단순히 재료의 개수보다는 공사비 기준의 적용 비율로 평가하는 것도 합리적인 방법이지 않을까?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의 경우는 에너지 절감을 위한 새로운 시스템을 설계해도 ECO2에서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면 무용지물이다. 에너지 저감을 위한 새로운 기술을 반영하고자 하는 도전 의지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 거기다 신재생에너지의 경우는 녹색인증, 에너지효율등급, 신재생에너지 의무 기준 등 다양한 제도에서 인정되는 시스템이 상이하다. 친환경 컨설턴트는 이들의 차이점을 파악하고 가장 효율적인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따라서 응당한 대가를 보장받지도 못하는 디자이너의 입장에서는 전체적인 내용 파악도 힘들고, 복잡하고 소모적인 업무를 유발하는 인증제도에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인증 건축물에 대한 평가와 신뢰도, 경험의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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