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할 건축가는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기반을 두고 있는 스몰프로젝츠다. 스몰프로젝츠의 대표 케빈 마크 로우는 미국 오레곤대학교와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에서 건축과 예술을 공부했고, 말레이시아로 돌아와 GDP 아키텍츠에서 11년간 근무한 뒤, 2002년 스몰프로젝츠를 설립했다. 본인의 스튜디오를 개소한 지도 어느덧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건축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우편함 같은 작은 스케일까지 디자인하고, 꾸준히 건축 이론을 토대로 한 에세이를 쓰고 있다. 글과 작업에 녹아 있는 그의 생각을 함께 짚어보자.
인터뷰 케빈 마크 로우 스몰프로젝츠 대표 × 박창현 에이라운드건축 대표

박창현(박): 스몰프로젝츠의 웹사이트에는 ‘코멘터리’라는 카테고리가 있다. 건축을 주제로 하는 에세이가 모여 있는데, 그 첫 번째 글이 ‘콘텍스트’를 다룬다. 에세이에서 “존재하는 모든 것은 저마다의 관계들로 촘촘하게 둘러싸여 있는데 그것을 콘텍스트라고 한다”고 표현한 바 있는데, 구체적으로 건축에서 콘텍스트란 무엇인가?
케빈 마크 로우(로우): 건축에서 콘텍스트는 기본적으로 대지의 지형적 특성, 대지에 적용되는 여러 법규 사항, 인근 건물과 주변 상황 등을 의미한다. 나는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주어진 대지에서 일어나는 사람들의 활동을 관찰하고 여러 활동과 관련된 구체적인, 유형(有形)의 콘텍스트를 조사하는 리서치를 진행한다. 유형의 결과물이나 물리적 표현을 하기에 앞서 최대한 냉정하고 비판적으로 주어진 조건과 상황을 파악하려고 한다. 그리고 대지의 고유한 문제나 이슈 등 무형(無形)의 콘텍스트를 이해하는 단계를 진행한다. 구체적이고 또 추상적인, 다시 말해 유형적이고 또 무형적인 콘텍스트 모두에 질문을 던지고 또 답하며 둘 사이의 균형을 잡으려고 한다.
박: 복잡한 콘텍스트, 저마다의 배경, 디자인 선호도 등 설계에 필요한 여러 요인들 사이에 어떻게 균형을 맞추는가? 의사결정을 함에 있어서 프로젝트와 관련된 콘텍스트보다 당신의 개인적 콘텍스트가 우위에 서는 경우는 없는가?
로우: 내가 하는 일은 개인적인 것과 그렇지 않는 것 사이의 균형을 잡는 것이라기보다는, 이미 구체적인 콘텍스트를 갖고 있는 프로젝트의 고유한 관계를 향해 적절한 질문을 던지는 것에 가깝다. 방향을 설정하고 질문을 던진 이후에는 프로젝트마다의 고유한 이슈, 문제에 대응하는 해결 방법에 따라 모든 사항들을 결정한다. 균형은 작업하면서 자연스럽게 얻어진다.
박: ‘코멘터리’ 카테고리에서 ‘콘크리트’ 에세이도 재미있게 읽었다. “인류에 여러 인종이 있듯이, 콘크리트는 누가 붓느냐에 따라 뚜렷하게 구분되며 상이하다”는 말에 크게 공감했다. 콘크리트는 나라마다 그 결과물이 다르게 나타나고, 또 건축가마다 사용하는 방식도 다양하다. 당신이 주목하는 콘크리트의 특징과 장점은 무엇인가?
로우: 거의 20년 전에 콘크리트에 대한 글을 썼다. 나라마다 다른 혼합 비율, 거푸집이라는 유전적 코드 등에 따라 형태가 결정되는 콘크리트의 본성에 대해 썼다. 여기에 주목한 이유는, 건축가가 강박적으로 노력하지 않고도 건축 작업에서 개성을 찾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타설될 때마다 야기되는 콘크리트의 불완전성은 콘텍스트가 동일한 상황에서도 엄청난 다양성을 유발한다. 이러한 콘크리트의 본성 덕분에 아주 급진적인 노력이 없더라도 다양성을 창출할 수 있다. 거푸집을 구성하는 방식, 주조 비율과 제조 방식 등에 있어서 공정에 작은 변화만 주더라도 다른 결과물을 낼 수 있는 것이다.

박: 그래서인지 스몰프로젝츠의 프로젝트에 유독 콘크리트와 철이 많이 사용된다.
로우: 말레이시아에서 규모에 상관없이 거의 모든 프로젝트에서 가장 가성비가 좋은 재료가 철근콘크리트다. 이러한 재료 선택이, 큰 가치에의 필요성보다는 경제성에 의해 결정되어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나는 콘크리트를 좀 더 인간적으로 사용하려고 할 뿐이다. 마감재료, 구조적 기능의 필수적인 부분으로 사용하려고 한다.
박: 재료를 아주 섬세하게 사용하여 작은 부분까지 신경 쓴 점도 인상적이다. 디테일을 다룰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
로우: 나에게 디테일은 사물과 아이디어가 만나는 친밀하고 필수적인 결합이다. 나는 도시의 건물들 간의 관계가, 하나의 건물이 기존의 콘텍스트에서 두드러지게 표현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디테일도 다르지 않다. 디테일은 사물과 아이디어 사이의 보다 심오한 관계를 해결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존재한다. 디테일이 유일하게 단점을 가질 때에는 그 자체의 아름다움만을 위해 존재하는 경우다. 그 외의 모든 다른 측면에서 장점을 가질 수 있다. 기후와 배수, 배수와 건물, 건물과 방, 방과 화장실, 화장실과 문, 문과 손잡이, 손잡이와 손 등 여러 요소들 또는 여러 아이디어들의 관계의 맥락적 흐름은 모든 디테일에서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이 모든 관계들이 잘 지켜질 때, 가장 정제된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디테일을 아름답게만 표현하려는 노력은 건축가가 추구할 수 있는 가장 불필요하고 퇴행적인 감성이다. 아쉽게도, 많은 건축가들이 이런 감성에 쉽게 빠지곤 한다.
박: 앞서 이야기 나눈 주제들이 실제 프로젝트에서는 어떻게 적용됐는지 궁금하다. 말레이시아 사라왁의 중앙 산맥에 위치한 바레오 마을에 예배당을 짓는 ‘부활 예배당’(2019)의 콘텍스트는 어떠했나?
로우: 지리적으로 접근이 쉽지 않은 곳에 위치하다 보니 재료 수급에 제약이 컸다. 비포장 도로로 운반할 수 있는 시멘트, 모래, 철근만 사용하기로 결심했고, 투입되는 재료의 양 자체도 절약해야 했다. 지붕을 가장 경제적인 형태인 사각형으로 만들고, 모든 수직 부재를 10mm 철근을 세우는 것으로 해결했다. 벽 시공에도 비용이 많이 들었는데, 벽 자체가 예배당에 꼭 필요한 요소는 아니라 생략했다. 철근을 이용한 구조물이 충분한 전단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중앙 공간은 원형으로 계획했고, 3~4명 단위의 소규모 모임을 위해 모서리를 열린 공간으로 만들었다.

박: 건축은 장소의 역사적 맥락과 연결될 때 더욱 강력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창작의 단계에서 이전의 형식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가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새로운 형식과 공간을 찾아가는 과정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나?
로우: 마을 중심부에 있는 지역 교회는 최소한의 콘크리트 기둥과 보를 구조로 하고, 거칠게 못을 박은 목재와 금속 골판 지붕이 얹어진, 이음새를 만드는 데 전혀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건물이었다. 교회 건물이었지만 학교 행사부터 마을 회의, 심지어는 저장과 보관에 이르기까지 다목적 홀과 다를 바 없는 대접을 받았다. 숭배를 목적으로 한 건축물의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역사적 맥락이 그리 많지 않았다. 내가 발견한 유일한 문화적 혹은 사회적 콘텍스트는 마을의 거의 모든 구성원들이 목재로 자신들의 집을 지었지만, 공공이 함께 사용하는 건물에서는 집에 비해 노력이 부족했다는 사실이다. 농촌지역에서 공동체 의식과 유대감이 더 깊다고 생각했던 것과 반대되는, 꽤나 흥미로운 발견이었다.
박: 사람들에게 건축의 형식은 어떤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는가?
로우: 사회가 건축을 이해할 때 피상적인 아름다움만 이야기하곤 한다. 사람들 사이에 맺어질 수 있는 어떤 심오한 관계보다 말이다. 심지어 건축가도 그런 경우가 있다. 이번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바레오 마을의 정착에 대한 건축적 포부, 미학과 무관하지 않은 실용성, 용도, 생존의 문제를 지향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재료 선택은 아침 공기와 같이 흔하고 일상 같았더라도 예배당은 그들에게 미적으로 놀라움을 안겨주었을 것이다.
박: 조건과 환경이 쉽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품위 있는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시공에서 어려움은 없었는가?
로우: 품위라는 단어가 이렇게 쓰여도 되는지 모르겠다. (웃음) 공사에 시간이 아주 많이 걸리진 않았다. 공사에 참여한 사람이 적고 자재 배송 지연으로 단지 예상했던 시간보다 오래 걸렸을 뿐이다. 바레오로 가는 도로에 산사태가 일어나서 자재 배송을 기다렸던 어려움은 있었다. 그리고 바레오 마을 사람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부활 예배당 부지의 정원을 가꾸기 위해 언덕 꼭대기 전체를 다듬고 식재를 심고 정리했다.
박: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바람과 빛과 대지를 받아들이며 건축하는 방식에서 당신의 감각이 전달된다.
로우: 예배당을 이용하는 커뮤니티가 그런 느낌을 받기를 바란다. 이곳은 매주 36명 정도의 큰 모임과 개인 또는 매우 작은 모임들이 매일 진행된다고 한다. 만약 이 프로젝트가 아주 큰 공동체 교회를 위한 것이었다면 아예 다른 디자인이 나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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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또 궁금했던 프로젝트는 태국 남부에 위치한 대규모 집합주택 ‘윈드쉘 나라티왓’(2019)이다. 다수의 가구가 모여 사는 형식이라 각 집들 간의 관계를 고민하며 설계했을 것 같다.
로우: 프로젝트의 타깃은 부유층으로 다른 사회 구성원보다 프라이버시를 우선시할 것이라 예상했다. 여기에 사교와 교류의 기회가 보편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선택적으로 제공되도록 했다. 예를 들어, 필요에 따라 쉽게 제거할 수 있도록 설계된 벽을 통해 이웃 간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그렇지만 풀장, 에어로빅과 웨이트를 위한 파빌리온, 요가실, 커뮤니티 주방 겸 식사 공간, 바비큐를 위한 공유 가든 등 다양한 시설이 있는 옥상에서 이웃끼리의 상호작용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날 거다. 지상 1층에도 라운지, 도서관, 넓은 정원과 연결된 공유 공간이 곳곳에 있어서 개인 공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내 집에 왔다’는 느낌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박: 윈드쉘 나라티왓에는 기후와 환경에 대한 고민도 드러난다. 공기의 흐름, 빛의 유입 등 중요하게 생각한 환경은 무엇이었나?
로우: 환기 문제는 수십 년 동안 논의되어왔지만, 주로 주거지와 저층 건물에 관해서만 논의되었다. 커다란 변화를 불러일으킬 만한, 패러다임을 흔들 만한 큰 변화가 있지는 않았다. 윈드쉘 나라티왓은 환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몬순기후 지역에 위치한 50층 규모의 건물에서 다뤄진 첫 번째 경우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컸다. 어쩔 때는 궂은 날씨에 바람이 심하고, 또 때로는 기후가 정체되는 현상이 예측 불가능하게 찾아오는 곳이었다. 파악해야 할 콘텍스트가 너무나도 많았고, 심지어 그곳에 떨어지는 빛조차 내가 알던 것과는 달랐다. 그랬기에 프로젝트 처음부터 태국 전통 주거 건축이 어떻게 강한 빛, 눈부심, 그림자의 대비를 다뤄왔는지를 살펴봤다. 방콕의 오래된 목조 주택은 내외부 공간의 온도, 빛, 그림자를 극명하게 대비하고 있었는데, 이는 오늘날 방콕의 스카이라인을 형성하는 전형적인 주거용 고층 빌딩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이제는 사라진 문화적 감수성이다. 자연 채광, 바람 흐름 등에 대해 새로 경험하고, 배우고 발견하고 실수하고 해결해가는 과정을 겪었다.
박: 윈드쉘 나라티왓을 설명해놓은 글을 보면, 내용이나 관점에 있어서 지극히 주거를 상품으로 바라본 시선이 느껴졌다. 주거를 재화로 바라보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로우: 이 프로젝트는 클라이언트가 방콕 살라댕 지역에 있는 고급 펜트하우스보다 더 좋은 집을 찾는 것으로 시작됐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세련되지만 전형적인 커튼월 펜트하우스를 몹시 싫어했다. 그렇다고 정원이 딸린 단독주택을 짓기 위해 도심지에 막대한 돈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클라이언트 자신이 살고 싶은 단독주택을 고층으로 짓는다면 다른 사람들도 좋아할 것이라 생각하며, 자신의 집이 들어설 한 개 층의 공간을 다른 층의 판매 수익으로 충당하고자 했다. 이 프로젝트는 일반적인 2층 규모의 전원 주택이 갖춘 여러 조건들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 진행된 것이기에 ‘상품’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상업적이고 투기적인 측면과 관련하여, 클라이언트와 나의 이해가 일치했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다. 단지 수익을 내는 데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설계했고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박: 집이 지나치게 상품화되면 여러 사회적 문제가 일어난다. 현재 한국은 고독사, 층간 소음, 이웃의 부재, 물리적 접점의 문제 등을 겪고 있는데, 방콕과 말레이시아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당신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로우: 나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매개가 부족한 이유가 건축보다는 사회경제적 문제와 연관된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적으로 지역사회와 사회적 상호작용이 가장 많은 동네는 빈민가와 도시의 빈곤한 정착촌이다. 그리고 이러한 동네의 주거시설은 거주자들이 부와 재산을 조금씩 더 축적해가는 과정에 있어서 점차 사라지고 ‘보호’된다. 주거시설이 근본적으로 공유 공간과 사적 공간 사이의 균형이라는 사실은 종종 잊혀진다. 그러나 부가 일정한 임계점을 넘어서면, 공유 공간과 사적 공간의 균형을 맞추려는 인간의 욕구에서 벗어나 축적된 부를 보호하는 쪽으로 다시 한 번 근본적인 변화를 겪는다. 이는 부유한 동네에서 커뮤니티 시설, 공유 공간이 점점 부족해지는 현실과 관련 있다. 건축이 상품화되거나 비판적 형태를 가지는 순간은 앞선 일들이 모두 발생한 이후로, 그 시점에는 사회경제적 편견에 반응하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하지만 빈민가와 불법 거주자 정착지에서는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곳의 구성원들이 ‘사적’이고 ‘방어 가능한’ 공간을 누릴 만큼 충분히 부가 축적되면 치안이 좋은 중상위층 동네로 이동하기 때문에 빈민가, 불법 거주자 정착지는 특정 수준을 넘어서는 큰 변화가 없다. 하지만 사람들의 소득과 사회적 지위는 점진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이기에, 이웃 간의 교류와 상호작용이 전체적으로 점점 더 옅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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