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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것들을 의심하는 일: 최문규 퇴임 기념 특강 ‘건축의 질문들’

seminar 이소운 기자 2026.07.28


「SPACE(공간)」 2026년 7월호 (통권 704호) 

 

 

지난 6월 4일, 최문규(연세대학교 교수)의 퇴임 기념 특강과 전시 ‘건축의 질문들’이 연세대학교 백양누리 라제건홀에서 열렸다. 1부에서는 최문규의 강연 ‘건축의 질문들’과 배형민(서울시립대학교 명예교수)의 강연 ‘의심이 힘이다: 최문규를 좋아하는 이유’가 진행됐고, 2부에서는 이연경(연세대학교 교수)이 모더레이터로 참여해 강연을 바탕으로 대담을 이끌었다.

 

먼저 최문규는 자신의 건축 작업들을 연대기적으로 정리하는 대신 그 기저에 있던 질문들을 짚어냈다. 건물 1층의 용도, 국민주택 규모, 아파트 평면, 학교 복도, TV의 크기, 땅의 경사 등 일상에서 마주치는 장면들은 그가 주거 제도와 가족 모델, 교육 공간의 규율, 건축과 산업의 관계, 대지와 건물의 관계를 되묻는 계기가 됐다. 이는 거창한 추상화라기보다 이미 당연한 것으로 굳어진 조건을 비틀어 보는 태도다.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배형민, 최문규, 이연경 ©Yonsei University Department of Architecture and Architectural Engineering
 

 

이 가운데 주거에 대한 질문이 강연의 주요 축을 이뤘다. 그는 1973년에 제정된 국민주택의 전용면적 85m2라는 수치에는 정상 가족 개념이나 방의 위계와 같은 오래된 생활 규범이 전제되어 있다며 1인 가구가 급증하고 반려동물과 같은 비혈연적 관계가 생겨난 지금까지도 과거의 기준을 반복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되물었다. 또한 면적을 거래 단위로 삼아온 관습이 공간을 납작하게 만든다고 지적하며 m2에서 m3로 시선을 옮길 것을 제안했다. 공간의 크기와 높이, 몸의 움직임, 생활 방식이 서로 얽히는 조건을 입체적으로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땅에 대한 질문이 있다. 쌈지길(2004)에서 인사동 골목의 폭과 경사가 건물 내부의 순환 동선으로 옮겨졌듯 그에게 사이트는 건물이 자기 자리를 얻기 위해 거쳐가야 할 질문이 된다. 숭실대학교 학생회관(2011),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2015),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도서관(2025), 박서보재단 미술관(2026년 완공 예정) 등은 모두 건물과 도시의 밀접한 관계성 속에 성립한 것이라며 건물이 그 장소를 떠나서도 같은 의미를 유지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그의 작업을 관통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제시됐다.

 

​이어지는 강의에서 배형민은 비평가이자 오랜 친구로서의 소회를 밝히며 자신은 최문규의 건축을 명쾌한 사유와 감각의 어긋남으로 읽어낸다고 말했다. 그는 2007년 독일 매체에 기고한 글의 제목인 ‘Clear and Uncanny(명료하면서도 기이한)’를 다시 언급하며, 최문규의 건축이 외부 조건과 설계 논리를 분명하게 받아들이면서도 실제 공간 안에서는 그 논리만으로 환원되지 않는 경험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는 외부에서 파악되는 질서와 내부에서 발생하는 체험이 온전히 겹치지 않는 상태를 가리키는데 이러한 논리와 감각의 틈에서 최문규 건축의 매력이 나온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최문규의 스케치가 완성될 건축의 체험을 예고하는 이미지가 아니라 논리의 흐름을 그리는 사유의 도구라고 본다. 이는 설계의 작동 원리를 매끈하게 요약하는 설명적 다이어그램과도 다른데 그 안에는 형태를 확정하기 이전의 질문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어진 대담에서 이연경은 두 강연이 최문규의 건축을 서로 다른 방향에서 비추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배형민이 설계 이면의 내적 논리에 대한 호기심이라면 최문규는 설계 이전의 조건에 대한 의심이라는 것이다. 이에 최문규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기만을 방관하지 않는 것이 자신의 사유 방식이라며 이러한 태도가 건축가로서의 표현 욕망을 통제하는 방향으로도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정사각형 창문을 자주 사용해왔는데 직사각형 창의 비례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건축가 개인의 취향이 과도하게 개입될 수 있다고 보고 정사각형을 통해 선택의 임의성을 줄이고자 한다는 것이다. 또한 재료를 고를 때도 특별한 색이나 질감을 앞세우기보다 가장 보편적이고 오래된 것을 택하려 한다고 말했는데 이는 미감의 배제라기보다는 생각이 전달되는 방식을 흐리지 않기 위한 것이다.

 

​건축 교육에 대한 발언도 이어졌다. 최문규는 학교가 “설계가 건축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설계를 수행할 때의 치열함과 별개로, 설계를 잘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학생이 패배감을 안고 건축을 떠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건축 교육은 실무 훈련이 아닌 세계를 의심하고 질문하는 태도를 익히는 시간이라며 학생들이 건축이 지닌 경이로움과 재미를 끝까지 잃지 않기를 당부했다. 이어서 건축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강연에 참석한 건축가와 학생들에게 앞으로 변화하는 세계에 어떻게 대응하고 견딜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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