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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허구 사이를 거닐다: <스페이스>

exhibition 윤예림 기자 2024.12.09


「SPACE(공간)」 2024년 12월호 (통권 685호)

 

 

‘그림자 집’ 설치 전경 Image courtesy of the artists / ©Andrea Rossetti​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개최 중인 〈스페이스〉는 북유럽 출신의 작가 듀오 마이클 엘름그린과 잉가 드라그셋(이하 엘름그린&드라그셋)의 협업 30주년을 기념하며 공간 작업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화이트 큐브 공간을 해체하는 도전적인 초기 작업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엘름그린&드라그셋은 건축 요소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작업 세계를 점차 확장해왔다. 이들은 전시실 자체를 수영장, 병동 등 예기치 못한 환경으로 전환해 공간의 의미를 전복함으로써 새로운 현실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러한 작업의 총체가 이번 전시에 담겼다. 거실부터 침실, 화장실까지 갖춘 완전한 규모의 단독주택에서 시작되는 여정은 물 빠진 수영장, 운영 중인 듯한 레스토랑, 연구가 한창인 산업용 주방 및 실험실을 지나 작업실로 이어진다. 관객은 불연속적으로 펼쳐지는 다섯 공간을 떠돌며 미심쩍은 마음을 떨칠 수 없다. 작가가 심어놓은 미스터리한 서사들을 끊임없이 추적하게 되기 때문이다. 가령 ‘그림자 집’(2024)에서는 창문에 손가락으로 알파벳 ‘I’를 쓰고 있는 소년 ‘나’(2023)의 모습에서 어린 시절 ‘나’가 했을 법한 사색에 빠져들게 되고, ‘더 클라우드’(2024)에서는 레스토랑에 앉아 친구와 영상 통화에 몰두 중인 여자의 형상에서 이곳이 현실인지 허구인지 혼란에 빠지게 된다. 작품 안에 숨겨진 단서들은 자아와 관계, 계층과 젠더, 공공장소의 쇠퇴 등 무한한 메시지를 암시한다. 작가들로부터 시작된 이야기이나 그 완성은 관객의 일로 남겨져 있다. 전시는 2025년 2월 23일까지.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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